차기 대통령은 투자주도성장으로 가야

입력 2022-01-02 17:30   수정 2022-01-03 01:17


국가와 민족의 존립을 걱정하게 하는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달 9일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1년 총인구가 전년보다 9만 명 감소한 5174만 명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종래 예상보다 감소 시기가 8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자리와 주택 문제가 핵심인데 이 정부는 둘 다 실패했다. 이번 대선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젊은이들의 표를 얻으려면, 그리고 다음 정부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핵심 과제인 일자리, 주택, 물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일자리.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것은 투자 진흥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으로 소득을 옮겨 줌으로써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 내수 진작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다시 소득과 소비로 연결되게 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가계소득 증대’를 그 첫 번째 축으로 내세웠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져야만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상식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표 정책수단인 최저임금 인상이 투자로 이어지기는커녕 아예 내수 진작까지도 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어땠는가. 비정규직은 2016년 648만 명에서 최근 806만 명으로,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562만 명에서 1084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만 악화시켰다.

어차피 투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 이르러야 완성되는 순환의 고리라면 소득에서 시작하지 말고 투자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노인과 청년들의 알바성 일자리나 완공과 동시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설 투자 같은 데에 세금을 쓰는 것은 헛일이다. 세금을 내는, 지속 가능한, 민간 투자에 의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나랏빚 폭증하는데…재정적자 줄이겠다는 대선 후보 왜 없나"
기업투자 늘려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주52시간·임금체계 더 유연해져야
모든 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최종 목표가 임금 상승과 근로 조건 개선이기는 하지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손이 부족하게 해 저절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임금 인상과 규제로 앞당기려 하는 것은 발묘조장(拔苗助長)일 뿐이다. 벼를 빨리 자라게 한답시고 모를 잡아당기면 오히려 벼가 말라 죽는 법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용자는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와 노동조합이 원하면? 적어도 근로자가 더 일할 자유는 가질 수 있도록 유연해져야 한다. 연봉제, 직무급제, 성과급제 등 다양한 임금 체계 도입도 마찬가지다. 정년 60세 의무화 법을 만들 때 여야가 합의해 조문을 신설해 가면서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으면 해야 할 것 아닌가? 기취업자는 기득권에 집착하겠지만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새로운 임금 체계 하에서라도 한 명이라도 더 취직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최저임금도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차등화해야 한다. 획일성은 변화와 발전의 적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업종별 차등화는 당장 못하더라도 미취업자가 원하는 지역별, 연령별 차등화는 시급히 이뤄야 한다. 지방자치가 다양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역대 정부가 기취업자를 위한 일만 계속해 왔는데 하나하나 따로 보지 말고 모두 모아서 한번 보라. 이러고도 투자가 일어나겠는가? 근로자가, 미취업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융통성이라도 허용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가계지출 경감으로 내수진작 못해
소득주도성장의 두 번째 축인 ‘가계지출 경감’은 민간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 최대 걸림돌이다. 의료, 보육, 주거, 교육, 통신, 교통 등의 가격을 눌러 서민들의 가계지출을 줄여주면 가처분소득이 늘어 내수가 진작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여기에 열거돼 있지 않지만 금융업도 단골 규제 산업이다. 카드 수수료를 또 내리겠다는데 카드업 종사자는 내수 진작을 안 하는가?

가처분소득이 늘면 국민이 더 쓰고 싶어 하는 분야가 바로 이런 분야인데 그 지출을 줄여주겠다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이들 산업에서는 투자도 일자리도 늘지 않아도 되나? 가격 규제는 기업 수익성을 훼손시켜 종사자들의 소득 감소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 어떤 업종에서든 돈이 좀 벌리면 다른 기업이 들어오고 기존 기업은 가격을 내려 견제한다. 참을성 없이 냉큼 가격을 깎아버리면서 기업에 투자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은 이제 양을 늘려서는 불가능하다. 고급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서비스산업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 규제를 혁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비싼 땅값, 땅 주인의 책임 아니다
다음은 높은 부동산 가격. 한국에서 투자하는 데 고(高)임금 못지않게 큰 장애 요인은 고(高)지가다. 높은 땅값은 집값과 가게 임대료를 올리고 물가를 높여 결국 고임금으로 귀착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백해무익이다.

땅값이 지금처럼 높아진 것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땅은 원칙적으로 사용 금지다. 농지, 임야 보전에서 수도권 인구 집중 방지, 자연환경 보전, 문화재 및 군사시설 보호 등 수많은 이유로 토지 이용이 특별한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나라다.

2003년 LG-필립스가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때 온갖 규제가 다 걸려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중국으로 간다는데 그래서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고 하면서 꼭 해주라고 했다. 이 일을 총괄했던 필자는 당시 LG 사람들에게 “굳이 이렇게 수많은 규제가 중첩된 곳에 공장을 지으려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규제가 이미 풀려 있는 땅은 너무 비싸서 그런 땅에 공장을 지어선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땅값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투자 유치를 기대하다니!!

땅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땅 주인의 책임이 아니다. 토지 이용을 제한한 나라의 책임이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세금이나 규제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바보다. 오직 공급만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항상 뒷북치기였던 가용 토지 공급을 사전적으로 하자. 공급 부족을 공급 과잉으로 바꿀 수 있다. 집값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주택자는 시장 안정의 협조자
이 정부가 집값 정책에서 백전백패한 것은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을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 때문이라고 보고 집을 가진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면서 세금을 대폭 올렸다. 견디지 못하고 파는 사람이 속출하면 공급이 늘어 값이 내려갈 것이란 게 정부의 설계였다. 총량으로 주택 공급이 그대로인 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아는 국민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매매시장에서 매물이 일부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만큼 임대시장에서 공급이 감소하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결정적인 패착이다. 소유주에게 팔기를 강요하는 것은 세입자에게 사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은 동전의 양면인데, 수요를 줄인다고 부동산담보대출까지 규제하면서 어떻게 사란 말인가? 소위 임대차 3법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전월세 시장의 혼란만 초래하고 말았다.

주택시장 안정은 총체적인 공급 증가로만 이뤄진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료를 안정시키면 사람들이 굳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게 된다. 임대시장도 매매시장도 안정된다. 공공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개인, 법인 임대사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개인, 법인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을 “주택시장 안정의 동반자”로 바꿔야 한다. 물론 매매시장의 공급을 늘려도 된다. 노태우 대통령의 1기 신도시로 1991~2001년, 노무현 대통령의 2기 신도시로 2008~2016년에는 심지어 강남 아파트값도 안정됐다.

대선 후보들이 엄청난 양의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택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은 ‘일정 규모 이하의 좋은 아파트를 싸게’ 공급한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대다수 국민은 그런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더 크고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주택 보급률이 100을 넘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 주택청약예금 가입자가 26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은 더 나은 집을 원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주택 공급은 끝없이 부족하고 공공의 역량은 극히 제한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만으로 해결 안돼>강남으로 대표되는 ‘좋은 집’의 값을 안정시키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만 할까? 오히려 강남 집값을 방치하는 게 최선의 대책일 수 있다. 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해도 수요가 더 늘어 값을 올릴 텐데 값을 올리는 바로 그 사람들이 싸게 살 수 있도록 나라가 애쓰는 것은 무슨 짓인가?

배가 아파서라도 강남 집값은 꼭 잡아야 하겠다면 방법은 있다. 강남의 대체재로 기획된 분당이라는 성공 사례가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더해 고속도로 2개와 전철 1개 노선이 신설됐으며 이후 고속도로와 전철이 하나씩 더 추가됐다. 중앙공원도 만들어 줬고 비평준화 고등학교도 있었다. 분당 덕분에 강남 집값은 10여 년 붙잡혀 있었다. 대항 가능한 대체재의 공급을 늘리면 된다.
저소득층, 보편적 복지 항거해야
세 번째, 이제부터는 물가, 금리, 환율이 일자리, 주택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폭증하는 나랏빚을 두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데 사실은 물가, 금리, 환율의 상승이라는 형태로 지금 당장 젊은 세대에게 그 부담이 떨어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세 번째 축인 ‘안전망 확충, 복지정책’이라는 모습으로 여기서도 등장한다. 복지 지출을 늘려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무 피해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줘야 하는 이유로 둔갑한 것이다. 나랏빚을 무분별하게 늘린 결과로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그 부담은 가진 게 적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빚으로 주어지는 보편적 복지’에 저소득층이 항거해야 하는 이유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3.7% 상승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 2%를 훌쩍 넘어섰다. 3.7%라는 숫자가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 3.7%에는 집세가 1000분의 93.7의 비중으로 지난 1년간 1.9% 올랐다고 반영돼 있다. 자가주거비용은 비중이 1000분의 243.6인데 소비자물가에는 포함돼 있지도 않다. 설렁탕 가격이 1만원에서 370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500원, 1000원 단위로 오른다. 세계적 공급망 마비와 생산자물가 상승세 등을 보면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나랏빚·고물가로 취약계층 위협
국가채무비율, 특히 그 상승 속도는 국가신용등급 결정의 주요 요인이다. 만에 하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금리 상승,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투자 유출, 자산가격 폭락 등 총체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유류세를 깎아주고 전기료와 가스요금을 동결시키는 것은 결국 재정적자를 키우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충직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여당 대선 후보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을 당해가면서도 재정건전성 훼손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분투하는 것은 이런 사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로서 더 이상 재정적자를 키우는 짓은 안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좋은 차별화 전략이 아닐까 싶다. ‘남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최대한 국채 상환에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여당은 선거 전에 금리와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시그널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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